파란 하늘과 하얀 눈이 대비되는 기막힌 절경- 겨울산 레이니어 (시애틀 (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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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ijiusa의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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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2015 -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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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

레이니어는 워싱턴 주 주민은 너무도 잘아는 곳이다. 물론 잘 안다는 기준이 어디까진 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주변 가까이에 늘 있는 곳이라 좋은 줄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여름엔 도로를 달리다가도, 아침에 출근하다가도 계속 보이는 산이지만 한겨울엔 계속 내리는 비와 흐린 날씨로 얼굴 보기도 힘든 산이 레이니어다. 거기다 산악등반을 하는 전문가들 말고는 한겨울엔 레이니어에 갈 생각을 못한다. 워낙 눈이 많은 곳이라 제설도구가 준비되질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겨울 길을 자주 아니 몇 번 가보았다. 눈이 많아 여름처럼 다양한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지역은 한계가 있다. 그래도 오염되지 않은 백설의 하얀 눈이 마음까지 하얗게 해주는 듯해서 간혹 찾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재수 좋은 날은 한겨울에도 파란 하늘과 하얀 눈이 대비되는 기막힌 절경을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있는 곳이다.

 

몇 년 전이다. 한국에서 조카가 왔다. 우리가족 말고도 대부분 한국에서 친인척 방문시 가장 많이 가보는 곳 중에 한 곳이 레이니어이기도 하다. 문제는 겨울철에 왔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고 내리는 비로 마땅히 가 볼만한 곳도 없던 차에 어느 날 갑자기 날씨가 좋아졌다. 겨울철엔 쉽게 볼 수 없는 파란 하늘이다. 가슴까지 설레게 하는 날씨다. 부랴부랴 집으로 전화해서 준비들 하라고 하고 집으로  가서 출발한다. 그런데 간혹 가본 겨울엔 눈이 많이 오면 체인 등 재설 장비를 체크하고 입장을 시켰던 기억이 났다. 문제는 우리 차에 체인이 없었다. 그렇다고 잠깐 갔다 온다고 체인을 사기도 그렇고 해서 일단 그냥 출발 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정보론 눈이 많으면 못 올라가게 할 거란 생각 그리고 조카에겐 성의는 보여줄 수 있다라는 생각에서다. 솔직히 몇일 비가 내려 산에는 많은 눈이 왔다고 판단을 했고 입구에서 돌아올거란 생각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래서 카메라도 챙기지 않고 간단하게 콤팩트 카메라만 들고 떠났다.


레이니어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동쪽에서 올라가는 선라이즈 길과 남쪽 방향에서 들어가는 파라다이스 길이다. 선라이스는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통제를 한다. 워낙 눈이 많은 곳이고 길도 험한 게 이유다. 그러나 파라다이스는 일년연중 오픈한다. 엄청난 눈이 오지 않은 상황에선 계속 제설차를 이용해 길을 치운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한 눈은 스노우 타이어에 체인이 없으면 그나마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입구까지 별탈 없이 도착했다. 갑자기 좋아진 날씨지만 겨울철이라 들어가는 차들도 많지는 않다. 매표소까지 갔다. 별말없이 들여보낸다. 뜻밖의 상황이다. 생각보다 눈이 많지 않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고 계속 올라갔다.

더 오래 전 일이다. 매표소에 도착했더니 체인이나 스노우 타이어냐고 물어본다. 그때는 4륜구동인 jeep를 타고 갔었다. 거기다 트렁크에 체인까지 있던 터라 있다고 하니 올라가다 적당한 지점에서 체인을 채우고 올라 가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올라가다보니 굳이 체인을 채울 이유가 없을정도로 길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승용차를 타고 갔고 체인도 없고 당연히 스노우 타이어도 아닌데 아무 말도 안 한다.

당연히 그때보다 길이 더 좋을 거란 생각을 하고 마음 놓고 산길을 달렸다. 그런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제설차로 길을 치워 놓았지만 도로엔 길이 하얄 정도로 눈이 덮여있다. 길도 미끄럽다. 오가는 차량도 적다. 바짝 긴장을 하고 달렸다. 한국에서도 워낙 눈길을 많이 다닌터라 이정도에서 포기하면 한국인의 자존심 문제라고 떠들면서 올라갔다. 일단 눈길은 눈길이지만 다행히 빙판은 아닌 듯 했다. 가족들이 돌아가자고 난리다.

그래도 계속 달렸다. 눈길에서 기본은 일단 브레이크를 밟지 말아야 하는 것 그리고 서지 말고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것만 알고 간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산의 계곡을 통과하는 다리가 있다. 조금은 긴 다리지만 여름철이나 다른 계절엔 횡하니 건너는 그런 다리다. 그 다리를 건너다 주변 풍경에 빠져 아무 생각 없이 차를 세웠다.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출발 하려고 하는데 차가 계속 헛바퀴를 돈다. 길 자체가 조금 오르막 길이라 세웠다 출발 하려니 힘을 받지 못하는 듯 했다. 결국 후진 하기로 하고 내려간다. 마침 오가는 차가 없어 무사히 후진을 하고 차를 돌려 내려가려고 바로 옆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차를 돌리고 막상 돌아갈려고 하니 오기가 생겼다. 다시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에 식구들에겐 말도 하지많고 우회전을 한다. 다들 난리다. 못 들은 척하고 저속기어로 놓고 천천히 계속 올라갔다. 눈은 더 많아진다. 간혹 내려오는 차들도 휘청휘청 하는 모습들이다. 승용차는 우리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무슨 오기인지 나도 모르게 생긴 오기로 올라갔다,. 코너를 돌땐 차가 미끄럼을 탄다. 손에 땀이 날정도로 긴장을 하면서 올라온 파라다이스 주차장엔 그래도 많은 차가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풍광들이 나를 주저않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다 레이니어를 많이 와 보았다고  자부하던 나도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처음이었다.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실정도 밝고 맑은 눈과 새파란 하늘의 조화가 레이니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때 내 카메라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 절망감에 무너졌다. 늘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인데 오늘따라 놓고 온 게 후회가 아닌 내 자신에게 배신감이 들정도로 미웠다. 그래도 할수 없는 일 다시 집에 가서 가지고 나올 상황도 아니다. 후회는 짧게 다음 행동은 민첩하게가 내 삶의 방식임을 또 한번 깨닫고 가지고 간 조그마한 컴팩트 카메라로 다시는 보지 못할 엄청난 아름다움을 담아 본다.

올라올 땐 난리를 치던 와이프와 딸 그리고 조카도 넋이 나가 그 풍경에 빠져든다. 눈언덕을 올라 미끄럼도 타고 추운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모습에 올라오느라 긴장했던 몸과 마음도 다 녹는 듯 했다. 그리고 바로 또다른 긴장감이 스면들었다. 겨울이다 보니 해가 빨리 떨어진다. 오후 들면 기온도 당연히 낮아지고 길은 더 미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머리까지 쭈빗쭈빗 서는 듯 햇다. 정신없이 이리뛰고 저리뛰는 식구들을 불러서 내려갈 준비를 했다.

내려갈때도 마찬가지 브레이크 밟지 말고 저속기어로 놓고 앞차와의 간격 유지하며 가면 문제 없을거라 말을 해서 식구들을 안심시키고 출발한다. 그렇게 내려왔다. 올라올 때보단 더 수월하게 내려온듯 하다. 심한 코너에선 차 꽁무니가 내 의지하곤 상관없이 확확 돌았지만 아무 탈없이 내려 올수 있었다. 다 내려오니 모든 식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그런 오기 때문에 엄청난 풍경을 보고 왔다는 것으로 위안들을 하는 듯 했다.

그 이후론 아무 준비 없이 레이니어에 가진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엔 그런 엄청난 풍경도 다시 보진 못했다. 지금 그때의 기억을 하면 올라가고 내려올 때의 어려움보단 제대로된 카메라 없이 촬영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더 남는 그런 곳이다. 겨울만 되고 레이니어만 보면 생각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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