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마을- 캄란 미디벌 빌리지(Camlann Medieval Village) (벨뷰 (WA))
기본탭
분류:
- 관광지/지역명소

과거로의 회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를 가볼까 하고 이것저것 뒤지다가 중세시대 마을이란 글귀가 눈에 잡힌다. 이름 자체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 듯 했다. 자료를 찾아 보니 14세기 중세시대 건물과 분위기로 각종 이벤트와 함께 즐거움을 주는 곳이라 되어 있다. 늘 자연만 찾아 다니는 것도 식상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이곳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거리도 멀지 않다. 워싱턴 주에서도 유명한 스노퀄미 폭포에서 지척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가는 길에 새로 단장한 폭포에 들러 바람을 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일단 입구부터 실망이다. 그러나 겉만 보고 속을 판단하긴 이르다. 일단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넓지 않은 주차장에 많은 차들로 붐빈다. 유명한 곳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들 알고 찾아온 게 신기했다. 친절하게 입구에서 주차 안내도 해준다. 일단 차를 세우고 부푼 마음을 안고 입구로 갔다.
허름한 입구에 입장료는 어른 10달러이다. 만만치 않은 돈이지만 흔쾌히 냈다. 그런데 뭐라고 막 설명을 한다. 자세히 들어보니 돈을 바꾸라는 말이다. 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려면 중세 때 돈으로 바꿔야 한단다. 물론 남은 돈은 나갈 때 다시 바꿔 준단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20달러를 바꿨다. 말로는 중세 때 돈이라지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입구부터 중세 때 옷인지는 몰라도 과거의 옷들을 입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새로운 경험을 할 것 같은 기대감에 조금은 흥분했다.
그런데 그 흥분된 마음도 잠시였다. 분위기 자체는 중세라고 하긴 뭐하고 상당히 낡고 음침한 분위기다. 3에이커도 안 되어 보이는 공간에 이것저것, 조금은 조잡하다 할 정도 만들어 놓았다. 만화에서 많이 본 듯한 뚱뚱한 아저씨가 열심히 뭔가를 설명한다.
중간중간 간단한 마술도 하면서 어린 아이들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앞에는 옛 옷들을 빌려주는 공간이 있다. 한 벌에 얼마나 하는지는 몰라도 입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옷을 빌려 갈아입고 다닌다. 잠깐 동안 자신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온 듯한 분위기를 느껴볼 작정인 듯 하다.
식당∙대장간∙활쏘는 곳∙초 만드는 곳∙꽃꽂이 하는 곳 등 나름대로 원형으로 장소를 만들어 어렵지 않게 걸으면서 둘러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들어올 때 바꾼 돈은 이런 곳에서 사용을 한다.
왜 자꾸 어설프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를 일이다. 진행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들 하는 듯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부분이 자원 봉사라고 하는데 조금은 위안을 가졌다.
미국에서 살면서 나름대로 느낀 점이 있다. 이들은 상당히 짧은 역사를 가졌다. 그래서 보여줄 게 없는 것 같은데 많은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기엔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도 그들은 그런 것도 역사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역사를 만드는 것엔 물불을 안 가리는 듯 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름대로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게 보는 입장에선 조금은 부러웠다.
중세 마을은 좀 그렇다. 귀한 시간 내고 왔는데 시간도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곳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이것도 이들이 만드는 역사라 생각하고 좋은 쪽으로 이해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는 제격인 곳은 확실하다.